<< 사과를 주시면 >> -- 양은찬 --
사과를 주시면 껍질채로 먹겠어요.
빨간 웃음소리 이빨로 가르며 지나갈 때
실핏줄마다 사각사각 날개돋아나는 소리가 들려요.
사과를 주시면 송치까지 먹겠어요.
까만 씨알 들여다보면
푸른 물살 출렁거리는 그 나라 과수원 사과밭이 보여요.
아름다운 이야기들 생글거리며 내려와박혀
거칠어진 손 어루만질 때 속살대는 물소리
사과같은 승리를 맞이하는 손뼉소리가 들려요.
빨간 피 흐르다 멈춰 상처 아문 손바닥의...
사과는 내가 먹지 못하는 곳에서 열려도 아름답습니다.
노래는 내가 듣지 못하는 곳에서 울려도 아름답습니다.
먼 곳에서 사과꽃 향기가 전해옵니다.
내가 듣지 못하는 먼 곳에서 노래 소리가 울려옵니다.
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어린 딸이 사과를 베어먹는 소리라고 말하겠습니다.
* << 민족통신수필에서 퍼옴 >>